AI 시대에 홈페이지 외주 견적 받기 전에 볼 것
만드는 값은 내려갔지만 정하는 값은 그대로입니다. 요즘 제가 만들고 나서 고치는 법까지 묶어 제안하는 이유를 적었습니다.

요즘 홈페이지 제작 견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저는 견적을 받아본 쪽이면서 지금은 내는 쪽이기도 해서, 그 변화를 안에서 봅니다. 그래서 발주하실 분과 수주하실 분 양쪽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적습니다.
홈페이지 제작 단가는 실제로 내려갔습니다
거품이 빠진 게 아니라 진짜로 내려갔습니다. 화면을 만드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시안 한 벌 만드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몇 시간입니다. 반응형으로 맞추고, 브라우저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 잡고, 폼 붙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없어진 게 아니라 그 일에 걸리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시간이 줄었으니 값이 내려가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예전 견적과 지금 견적이 다른 것을 이상하게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안 내려간 것이 있습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내려간 것 ➡️ 만드는 시간
안 내려간 것 ➡️ 정하는 시간
시안을 보고 "이게 아닌데" 가 몇 번 반복되느냐. 이건 AI 가 못 줄입니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키는 사람 안에 있고, 그건 물어봐도 안 나옵니다.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만드는 게 빨라지니 시안을 더 많이 뽑게 되고, 고를 것이 많아지면 결정이 더 늦어집니다. 예전에는 두 벌 중에 골랐는데 지금은 여섯 벌을 놓고 고민합니다.
그래서 지금 견적의 변동폭은 대부분 만드는 값이 아니라 정하는 값에서 나옵니다.
홈페이지 견적 전에 제가 보는 것 넷
일을 맡을지 말지, 얼마를 부를지를 저는 이 넷으로 판단합니다.
하나. 무엇을 만들지가 정해져 있는가.
"요즘 스타일로 깔끔하게" 는 정해진 게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이트 두세 개를 보여주시면 정해진 것입니다. 그 셋만 있으면 첫 시안이 크게 빗나가지 않습니다.
둘. 결정하는 사람이 한 명인가.
사장님 혼자 결정하시면 빠릅니다. 사장님이 보고, 배우자분이 보고, 직원이 보고, 거래처 아는 분이 한마디 하면 시안이 무한히 돕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고 그건 틀린 게 아니라서 합의가 안 됩니다.
셋. 글과 사진을 누가 주는가.
이게 제일 흔한 지연 사유입니다. 껍데기는 이틀이면 되는데 거기 들어갈 글이 없어서 두 달이 갑니다. 실제로 가장 자주 멈추는 자리입니다.
넷. 수정 범위가 적혀 있는가.
안 적혀 있으면 양쪽이 다칩니다. 발주하신 분은 "이 정도는 당연히 해주는 것" 이라 생각하고, 수주한 쪽은 "이건 추가" 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진심입니다.
홈페이지 제작비를 어떻게 부르나
저는 이렇게 나눠서 계산합니다.
| 값의 갈래 | 지금 | 왜 그런가 |
|---|---|---|
| 만드는 값 | 내려갔습니다 | 시간이 줄었으니 |
| 정하는 값 | 그대로입니다 | 사람이 결정하는 시간이라 |
| 지키는 값 | 사장님께 넘깁니다 | 만들고 나서 고치는 법을 같이 가르쳐 드립니다 |
그리고 견적서에 수정 횟수를 적습니다. "시안 확정 후 수정 3회 포함, 이후 회당 얼마" 같은 식으로요.
수정 무제한은 안 합니다. 무제한을 싸게 부르면 제가 다치고, 위험을 다 얹어서 비싸게 부르면 그 견적은 안 뽑힙니다. 그러면 무제한이라고 적어놓고 서로 눈치 보는 상황이 되는데, 그게 제일 나쁩니다.
수정 횟수가 적힌 견적이 발주하시는 분께도 유리합니다. 그 숫자가 있으면 제가 위험을 덜 잡아서 총액이 내려갑니다.
홈페이지 외주를 싸게 받는 법
견적을 깎는 것보다 이게 낫습니다. 수정이 몇 번 돌지를 줄이는 준비입니다.
- 좋아하는 사이트 세 개 를 링크로 주십시오. 왜 좋은지 한 줄씩이면 더 좋습니다
- 결정권자를 한 명으로 정하십시오. 의견은 여러 명이 내되 최종 결정은 한 사람이 합니다
- 글과 사진을 먼저 준비하십시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초안이라도 있으면 됩니다
이 셋이 준비되면 견적이 실제로 내려갑니다. 인심이 아니라 제가 잡아둘 위험이 줄어서 그렇습니다. 견적서의 상당 부분은 "몇 번 돌지 모른다" 에 대한 보험입니다.
값이 안 내려가는 자리도 있습니다
결제입니다. 카드 정보가 지나가는 자리는 사고가 나면 사업이 끝납니다. 개인정보를 받아 보관하는 것도 같습니다. 예약이나 재고처럼 틀리면 돈이 어긋나는 계산도 그렇습니다.
여기는 값이 안 내려갔고 내려가면 안 됩니다. "할 줄 아느냐" 가 아니라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 의 문제라서요. 이 항목이 유난히 싼 견적은 그 책임을 아무도 안 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AI 교육까지 묶어서 제안합니다
여기가 제가 실제로 일하는 방식이 바뀐 지점입니다.
예전에는 만들어 드리고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부터 연락이 옵니다. 가격표 바꿔주세요, 사진 갈아주세요, 이 문구 고쳐주세요. 건당 얼마 받기도 애매하고 안 받자니 계속 쌓입니다.
지금은 만들어 드린 다음에 고치는 법을 가르쳐 드리는 것까지 견적에 넣습니다.
- 글과 사진을 어디서 어떻게 바꾸는지
- AI 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 잘못 건드렸을 때 되돌리는 법
- 손대면 안 되는 자리가 어디인지
몇 시간이면 됩니다. 저는 이게 지금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다 이득이라 맞다고 봅니다
제 쪽. 자잘한 유지보수를 안 떠안습니다. 그게 실은 제일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한 건에 십 분짜리인데 연락 받고 확인하고 고치고 알려드리면 반나절이 갑니다. 값을 매기기도 애매합니다. 그 일이 없어지면 저는 만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 쪽. 큰 지불 여력이 없으신 분일수록 이게 큽니다. 문구 하나 바꾸자고 업체에 연락하는 부담이 사라집니다. 견적 받고 기다리고 확인하는 절차가 통째로 없어집니다. 바꾸고 싶을 때 바로 바꿉니다.
몇 년째 홈페이지가 그대로인 이유가 대부분 이겁니다. 고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고치는 절차가 무거워서 안 고칩니다.
"저는 컴퓨터를 잘 몰라서요"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나오면 대개 교육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하십니다. 배워봐야 어차피 못 할 거라고 미리 정해두시는 거죠.
그런데 해보시면 하십니다.
예전에는 저 말이 맞았습니다. HTML 을 알아야 하고, 이미지 크기를 맞춰야 하고, 잘못 건드리면 화면이 깨졌으니까요. 지금은 다릅니다.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고 말로 하면 됩니다.
저도 DNS 를 모르는 채로 도메인을 옮겼습니다. 지금도 잘 모릅니다. 아는 게 늘어서 한 게 아니라 물어볼 상대가 생겨서 한 겁니다.
몇 시간 앉아서 같이 해보면 그날 안에 하나는 직접 고치십니다. 그 하나가 되고 나면 그다음은 알아서 하십니다.
AI 시대의 자동화는 교육이 딸려야 합니다
이건 홈페이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엇을 자동화해 드리든, 그 결과물을 쓸 사람이 손대는 법을 모르면 그건 완성된 게 아닙니다. 만든 사람에게 묶여 있는 물건은 만든 사람이 바쁘면 멈추고, 만든 사람이 없으면 아무도 못 고칩니다. 잘 돌아가던 자동화를 굳이 다시 짠 적이 있는데 이유가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동화와 교육을 따로 팔지 않습니다. 만들고 넘기는 것까지가 한 덩어리입니다. 그러니 견적을 받으실 때도 이걸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만들고 나면 제가 직접 고칠 수 있습니까
- 그 방법을 알려주십니까
- 나중에 다른 업체로 옮길 때 무엇을 받아 갈 수 있습니까
셋 다 대답이 흐리면 그 견적은 다시 보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AI 가 값을 내린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균일하게 내린 게 아닙니다.
| 값의 갈래 | 어떻게 됐나 | 덧붙이면 |
|---|---|---|
| 만드는 값 | 많이 내려감 | 시안 한 벌이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
| 정하는 값 | 그대로 | 수정 횟수가 곧 이 값입니다 |
| 지키는 값 | 사장님께 넘길 수 있게 됨 | 여기가 제일 크게 바뀐 자리입니다 |
| 책임지는 값 | 안 내려감 | 내려가면 안 됩니다 |
세 번째가 핵심입니다. 지키는 값이 없어진 게 아니라 넘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넘기려면 가르쳐야 하고, 가르치는 데는 몇 시간이면 됩니다.
그래서 견적서를 보실 때 "만들어 주는 값" 만 보지 마시고 "넘겨받을 수 있는가" 를 같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몇 년 뒤에 또 방치될 홈페이지와 계속 살아 있는 홈페이지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