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고 책과 대화하기
두꺼운 것을 처음부터 읽는 대신 먼저 묻고 필요한 장만 폅니다. 약관, 법 조문, 라이선스 문서, 그리고 책. 읽는 양은 줄었는데 남는 것은 늘었습니다.

첫 글에 "책을 처음부터 읽지도 않습니다" 라고 적었더니 그 한 줄에 반응이 가장 많았습니다. 책을 안 읽는다는 뜻으로 읽힌 것 같습니다. 반대입니다. 저는 요즘 두꺼운 것을 예전보다 더 깊게 읽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읽지 않습니다. 먼저 묻고, 닿는 곳만 폅니다.
두꺼운 것은 책만이 아닙니다. 서비스 약관, 법 조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문서. 작은 회사 사장이 매주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이 글은 그것들을 어떻게 읽는지, 그리고 책도 같은 순서라는 이야기입니다.
두꺼운 것은 저자의 순서로 쓰여 있습니다
책이든 약관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저자의 순서를 따르는 것입니다. 저자는 모든 독자를 위해 씁니다. 저는 한 명이고, 제 질문은 하나입니다.
약관 300조 중에 제게 필요한 것은 두 조입니다. 법 조문 수십 개 중에 오늘 제 일에 걸리는 것은 하나입니다. 책 열두 장 중에 제 문제와 닿는 장은 두세 장입니다. 나머지를 읽는 것은 성실이 아니라 저자의 순서에 제 시간을 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읽었습니다
셋 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서비스 약관. 어떤 서비스 위에 자동화를 붙이려 할 때, 만들기 전에 그 약관이 그것을 허용하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약관 전체를 읽지 않았습니다. AI 에게 물었습니다. 이 약관에서 자동 접근과 계정 공유를 다루는 조가 어디입니까. 두 조가 나왔고, 그 두 조만 원문으로 열어 읽었습니다. 하나가 제가 하려던 것을 막고 있었습니다. 만들기 전에 알았으니 만들지 않았습니다.
법 조문. 새 사이트를 열고 나서 통신판매업 신고에 적힌 도메인이 옛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법 전체를 읽지 않았습니다. 제 상황을 적고 물었습니다. 변경신고 의무와 표시 의무가 각각 어느 조에 있습니까. 두 조가 나왔고, 그 두 조를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으로 읽었습니다. 하나는 제게 적용됐고 하나는 아니었습니다. 그 판단은 회사 법무 담당이 다시 확인했습니다.
계약서. 한 계약을 요약본으로 먼저 봤습니다. 요약은 명확했고 결론도 났습니다. 그런데 체결본 전문에서 그 조를 찾아 읽으니 요약이 흘린 한정어가 둘 있었고, 그 둘이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그 뒤로 요약은 어느 조를 읽을지 정하는 데만 쓰고, 판단은 체결본 원문의 그 조를 읽고 합니다. AI 는 어느 조인지 찾는 데 쓰고, 읽는 것은 제가 합니다.
셋 다 같은 순서입니다. 제 질문을 먼저 세우고, 어디에 있는지 묻고, 그곳만 원문으로 읽고, 읽은 것을 제 말로 확인합니다.
책과 대화하는 순서
책도 같습니다. 순서만 적어 두면 이렇습니다.
첫째, 이 책이 답하려는 질문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책의 질문과 제 질문이 다르면 그 책은 지금 읽을 책이 아닙니다.
둘째, 제 문제를 한 문단으로 적고 어느 장이 닿는지 묻습니다. 대개 두세 장이 나옵니다.
셋째, 그 장을 폅니다. 요약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장의 원문을 읽습니다.
넷째, 읽은 것을 제 말로 요약하고 맞는지 확인받습니다. 일곱 가지 질문의 다섯째입니다. 여기서 이해한 기분과 이해한 것이 갈립니다.
다섯째, 그 장을 읽고 나서 다음에 읽어야 할 장이 어디인지 묻습니다. 있으면 그 장으로 갑니다. 없으면 책을 덮습니다. 덮어도 됩니다.
요약을 읽는 것과는 다릅니다
책 요약 서비스와 이 방법은 반대입니다. 요약은 남이 고른 문장이고, 이 방법은 제 질문으로 고른 장의 원문입니다. 요약만 읽으면 책의 순서를 짧게 따라간 것이고, 여전히 제가 없습니다.
원문을 읽는 것이 요점입니다. 묻는 것은 어디를 읽을지 정하는 데만 씁니다. 그래서 읽는 양은 줄었는데 남는 것은 늘었습니다. 읽은 장은 전부 제 질문 때문에 편 장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