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인 사업자가 AI로 먼저 없앨 일

한 달 동안 실제로 없앤 일들을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먼저 없앤 일 다섯 가지를 순서대로 적은 도표
© Cho Works

AI 로 뭘 자동화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예전에는 대답을 못 했습니다. 저도 몰랐으니까요. 한 달쯤 해보고 나니 순서가 보입니다. 제가 실제로 없앤 것들을 순서대로 적습니다.

먼저 고르는 기준

무엇을 자동화할지보다 어떤 일부터 손댈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세 가지로 걸렀습니다.

하나. 정답이 정해져 있는가. 답이 하나로 정해지는 일은 물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홈페이지를 옮기는 일이 그렇습니다. 반대로 "우리 회사를 뭐라고 소개할까" 는 정답이 없어서 아무리 물어도 제가 정해야 합니다.

둘. 틀리면 얼마나 아픈가. 잘못돼도 다시 하면 되는 일부터 합니다. 결제나 개인정보처럼 틀리면 사업이 흔들리는 자리는 나중입니다. 저는 아직 거기는 손 안 댔습니다.

셋. 매달 반복되는가. 한 번 하고 끝나는 일은 자동화해도 남는 게 없습니다. 매달 돌아오는 일이라야 만든 값을 합니다.

이 셋을 다 통과하는 일부터 하시면 됩니다.

1. 고정비부터 끊었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몇 년째 방치하던 홈페이지 두 개를 옮긴 것입니다. 월 34달러가 0원이 됐습니다. 연으로 59만원입니다.

이걸 먼저 한 이유가 있습니다. 효과가 숫자로 바로 보입니다. 다음 달 카드값에서 확인됩니다. 처음 하는 일일수록 결과가 눈에 보여야 다음 것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은 위의 세 기준을 전부 통과합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고, 틀려도 다시 하면 되고, 매달 나가던 돈입니다.

2. 하루 걸리던 일을 5분으로

다음은 견적 발송이었습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환율 확인하고 제품별 할인율 적용해서 문서 만들고 PDF 로 바꿔서 메일 보내는 일.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게 5분이 됐습니다. 새 프로그램을 산 게 아니라 이미 내고 있던 구글 워크스페이스 안에 있는 기능을 쓴 것입니다. 여러 해를 메일함으로만 쓰고 있었습니다.

여기가 제일 흔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값을 치르고 있는 도구 안에 안 쓰는 기능이 들어 있는 경우요.

3. 만든 것을 남이 열 수 있게

그다음은 조금 다릅니다. 새로 자동화한 게 아니라 이미 잘 돌아가던 것을 다시 짰습니다.

잘 돌아가는데 왜 바꿨냐면, 만든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열어볼 수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알림 시각 하나 바꾸려면 코드를 열어야 했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이건 큰 문제입니다. 저 하나에 묶인 자동화는 제가 바쁘면 멈추고, 제가 없으면 아무도 못 고칩니다. 그래서 저는 "잘 돌아가는가" 옆에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가" 를 같이 놓고 봅니다.

4. 조용히 멈추는 것을 잡기

자동화를 몇 개 만들고 나니 새로운 걱정이 생겼습니다. 안 도는 걸 모르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던 일은 안 하면 티가 납니다. 기계에 넘긴 일은 안 해도 티가 안 납니다. 실제로 정해진 시각에 돌라고 적은 자동화가 하루에 열일곱 번밖에 안 돈 적이 있습니다. 화면은 내내 초록불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자동화를 만들면 확인하는 것을 같이 만듭니다. 그리고 잘 됐을 때도 알림이 오게 해뒀습니다. 문제 있을 때만 오는 알림은, 알림이 고장난 것과 아무 일도 없는 것을 구별해 주지 못합니다.

5. 숫자를 내 화면으로

가장 최근에 한 일입니다. 방문자 기록과 검색 기록을 남의 대시보드에 들어가 보지 않고 제 관리 화면에서 보게 만들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건 어차피 밖에서 합니다. 정적 사이트에는 서버가 없어서 방문자를 받아 적을 곳이 없거든요. 그건 못 바꿉니다. 대신 보러 들어가는 것은 안 해도 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번 긁어와서 파일로 떨구고, 화면이 그 파일을 읽습니다.

숫자를 보러 가는 게 번거로우면 안 보게 되고, 안 보면 아무것도 못 고칩니다.

순서를 다시 적으면

1  매달 나가는 고정비        효과가 숫자로 바로 보입니다
2  이미 가진 도구의 안 쓰던 기능   새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3  만든 것을 남이 열 수 있게    나 하나에 묶어두지 않습니다
4  조용히 멈추는 것 잡기        자동화가 늘면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5  숫자를 보기 쉬운 자리에      번거로우면 안 봅니다

안 한 것도 적어둡니다

결제와 개인정보는 손 안 댔습니다. 예약이나 재고처럼 틀리면 돈이 어긋나는 계산도 아직입니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틀렸을 때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무엇을 파는가" 같은 것도 AI 에게 안 물어봅니다. 물어보면 그럴듯한 문장이 나오는데, 그건 제 회사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가지만 고르신다면

1번입니다. 매달 나가는데 안 쓰는 것부터 보세요. 홈페이지 호스팅, 안 쓰는 구독, 몇 년 전에 붙여둔 서비스. 한 달 카드 명세서를 위에서 아래로 읽는 것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거기서 하나만 끊어도 그 성공이 다음 것을 하게 만듭니다. 저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